회적 통념과는 달리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적인 시장 원리로부터 자연히 나타난 것이 아니다. 그 근본적인 원인은 정치에 있다. 언뜻 보면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분야지만, 시장경제가 정치적 불평등을 형성하고, 정치가 시장경제의 불평등을 확대 한다는 사실은 거의 명백하다. 그리하여 본 글에선 정치, 경제 분야의 불평등과 세계화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에 대해 논의해보려 한다.

‘시장경제’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의 규칙은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 게임의 시스템은 언뜻 공정해보이나, 사실 상위1%의 엘리트 집단에게 유리하도록 이미 기울어져 있다. 플레이 해보니, 지침서엔 분명 민주적인 ‘1인 1표’방식을 채택한다고 되어있으나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실상은 ‘1달러 1표’원칙에 의해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예시는 현대 사회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고위 자본가들은 정치 시스템을 농락하고, 공정치 못한 정치시스템은 가난한 시민들에게 정치적 환멸감을 불러일으킨다. 정치참여의 부재는 곧 정치와 경제시스템 모두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악순환 끝에, 세상은 점점 상위 1%의 엘리트들만을 위해 돌아가게 된다.

미국에서 일어난 ‘시민연대 대 연방 선거위원회’사건은 위의 상황을 절실히 보여준다. 이는 기업들의 선거 운동 비용(특정 정치인 지지비용)을 제한 할 수 없음을 대법원에서 인정한 사건인데, 이 결정은 기업과 노동조합들에게 ‘표현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해주었다. 선거 운동을 충분한 금액으로 지지할 수 있게 된 고위 자본가들은 본인들에게 유리한 정치, 경제적 제도를 채택할만한 정치인을 막대한 자본으로 지지했다. 결국 시민들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를 빼앗아간 것이다. 어떻게보면 뇌물수수와 다름없는 이 행위는 시민들에게 큰 정치적 환멸감을 줌과 동시에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를 잃게 하였다.

경제적 세계화가 진행됨에 따라 국내 정치가 해외로도 빠져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심각한 국가 부채 위기에 직면한 나라들이 자국의 정치를 세계국가연합에 맡기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비단 개발도상국 뿐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발생하는 이러한 상황은 자연히 시민을 경제문제에서 소외시킨다. 더욱이 금융 시장은 전체 국민의 행복을 추구하지 않는다. 오롯이 금융업자들의 행복을 도모하는 정치, 경제적 입장을 지지한다. 고로 금융의 자유화는 경제성장을 저하시키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나아가 불안정과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이러한 문제들이 확신되어가는 현 상황에서는, 민주주의와 국가자주권을 보호하며 동시에 완전한 세계화를 이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 정부들은 세계화를 위한 경제 시스템을 선택했고, 그 결과 민주주의의 손발이 묶이게 되었다. 물론 이에 대해 세계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며,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라는 주장도 존재하고, 어느정도 옳은 말이지만, 이러한 태도는 정확한 현실 파악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우리는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올바른 행동으로 옮길 필요가 있다. 사회의 상위 계층은 민주주의의 손발을 묶으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민주주의를 확보할 수 있다. ‘1달러 1표’가 아닌, ‘1인 1표’의 민주주의 말이다. 더 이상 지체할 수는 없다. 이제 올바른 선택을 할 때이다.

19. 12

김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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