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특별한 의미

민주주의를 채택하며 마주한 자본주의는 우리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돈에 열광했다. 그들에게 돈은 더 이상 단순한 욕망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었다. 삶의 목표 그 자체, 혹은 삶의 모든 것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에게 돈은 신과 같은 존재로 자리 잡았다. 생각해보라. 개인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주며,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단번에 손에 넣을 수 있게끔 해주는 것. 이것이 신이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인가? 사람들은 점점 더 돈이라는 신에 매달렸고, 돈이라는 유혹적인 환상에 빠져갔다. 광신도가 된 그들은 사물 그 자체를 버리고 대신 돈을 쥐었다. 가치를 찾는 대신 돈을 탐했다. 돈에 뽀뽀는 하지 않았지만, 돈을 사랑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돈을 찬양했다.

화폐, 즉 돈이란 우리가 어떤 것을 살 때 사용하는 현금이나 수표를 의미한다. 단순히 말해 욕구 충족을 위한 지불 수단인 것이다. 자본주의는 주위의 모든 것을 돈만 있으면 살 수 있게끔 시장 경제를 화폐화했다. 화폐화된 재화와 서비스들은 저마다의 가격표가 붙었다. 사과는 사과 대신 1000원이라는 가격표가, 침대는 침대 대신 5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말이다. 가격이 매겨짐에 따라 사물이 본래 지녔던 고유한 가치는 더 이상 주목받지 못했고, 가치는 매겨진 가격의 금액대로 지정되어 버렸다. 사람들은 가격표에 쓰인 가격만큼을 지불하며 사물의 가치에 대한 완벽한 등가물을 지불했다고 착각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사물에 내재 된 복잡하고 비교 불가능한, 고유한 가치를 점점 잊게 되었다, 모든 사물을 시장화하는 돈의 특성탓에 발생한 안타까운 현상이었다.

자본주의가 발달함에 따라 사람들은 돈 그 자체에 가치를 부여하기 시작했다. 분명 물건을 얻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던 돈을, 이제 목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러한 과정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존재하는데, 바로 우리의 모든 욕망이 충족되는 길목에선 항상 돈이라는 다리를 거쳐야만 했기 때문이다. 짐멜의 유명한 명언 중, ‘돈은 다리일 뿐이다. 그리고 사람이 다리 위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는 말이 있다. 이 말 대로 돈은 그저 다리일 뿐이다. 목표로 가는 길에 있는 다리. 그러나 우리는 자꾸 다리만을 보며, 다리 위에서 살아가려 한다. 이제는 인지해야만 한다. 돈은 그저 목표로 가는 다리일 뿐이라고. 시선을 다리에서 떼어 내 다리 너머에 있는 진정한 우리의 목표(욕망)을 바라보아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삶의 의미와 핵심을 잃게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돈이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준 것은 사실이다. 돈 덕분에 개인의 독립성과 자율성이 기능하게 되었으며, 시간적-심리적 여유가 생기게 되었고,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경제를 크게 발달시켰다. 또, 돈이 충분한 삶은 그만큼 풍족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모두 돈을 원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살아간다. 그러나 돈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특별한 의미는 분명 존재한다. 사물에도, 우리의 삶에도 말이다. 이 점을 간과하며 돈 그 자체를 인생의 목표로 삼아 살아간다면 돈이 주는 공허함과 권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곧 삶에 무의미한 싫증을 느끼게 될 것이며, 확실한 만족은 점점 더 드물어 질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적인 노동의 고유한 가치와 기쁨이 사라져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나는 감히 단언할 수 있다. 돈만으론 절대 본질적 행복이나 만족에 도달할 수 없을 것 이라고. 결국 우리의 욕구를 최종적으로 만족시켜 주는 것은 오로지 질적인 가치뿐이니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억지로라도 스스로 환기시켜야만 한다. 사물에 내재된, 우리의 삶에 내재된 특별한 의미를.

2019. 11.
김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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