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전쟁 무기의 엄청난 기능 향상으로 이어졌다. 과거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 폭탄의 위력만 봐도 충분히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 원자 폭탄의 2,500배 가량의 위력을 가진 핵 폭탄을 만들 수 있다고 하니 가히 그 효과를 실감하지 못할 수준이다. 통칭 '수소폭탄' 이라고 불리는 이 폭탄이 사용될 경우 도시 일대 사람들이 즉사할것은 물론, 폭발 시 방출된 방사능 입자들은 그 후로 쭉 지구상 대부분의 인류를 괴롭힌다. 그렇게 서서히 신체 질병과 해체의 고통을 겪다, 결국엔 죽음을 맞게 된다. 지구 위 거의 모든 인간이 말이다.

러셀과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과학자들은 이러한 수소폭탄의 위력을 일찍이 잘 알고 있었다. 또, 전쟁 발발 시엔 이 위험한 폭탄이 틀림없이 사용될 것임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곧 인류의 종말을 의미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러셀-아인슈타인 선언을 통해, 사람들을 한 국가에 소속된 국민, 한 집단에 소속된 시민에서 다시금 생물학적 종의 일원인 '인간'으로서의 마음가짐을 되살리려 하였다. 그들은 말한다. 우리는 모두가 같은 정도로 위험에 처해있다고. 또, 이런 위험이 서로간에 이해되기만 한다면, 우리는 집단적으로 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지에는 오류가 존재했다. 이러한 협약을 맺어봤자, 실제로 전쟁이 발발하게 되면 전쟁 참여국 모두 핵무기를 제주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핵무기를 제조한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가 있다면, 반드시 핵무기를 제조한 국가가 승리하게 될 것이니 말이다. 고로 이 협약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사실 러셀과 아인슈타인을 포함한 과학자들도 이미 이러한 논지를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그들은 이 협약을 함으로써 열핵무기가 폐기되며 각 국들의 긴장 완화나, 기습공격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 것인가? 아니면, 전쟁을 포기할 것인가. 전쟁의 폐지는 국가 주권을 제한하는 불편함을 요구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인간다움, '인류'라는 단어를 더욱 중요시해야만 한다. 인류라는 단어가 다소 막연해 보일 수 있지만, 이 단어 안에는 당신과, 당신이 사랑하는 가족들, 친구들, 그리고 후손들 까지도 포함되어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 핵무기의 사용, 즉 전쟁의 발발은 개인 각자와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 모두를 고통스럽게 죽어가게 할 뿐임을 인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계의 정부들은 자국의 목적을 세계대전을 통해 실현할 수 없음을 공개적으로 확인 및 약속해두어야 하고, 국제적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분쟁 문제는 전쟁을 통해서가 아닌 평화적 해결방안을 강구해야만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존속할 수 있고, 행복, 지식, 지혜의 지속적 진보가 있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인간다움'을 기억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의 비참한 종말을 피할 수 없을테니 말이다.

19. 12

김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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