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에서 뇌인지공학을 전공하고있다.

학부때 소프트웨어융합/산업경영공학을 전공했었고, 살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분야로 넘어오게되었는데.. 

삶을 돌이켜봤을때 내 생의 근본적 질문은 이 세상, 특히 뇌와 의식에 대해 있다는 걸 알게되었다.

어릴적부터 혼자 고민하던 근본적 호기심.. 질문이 맞닿아있는 전공으로 오게된게 참 감사하면서도 신기하다.

 

어릴 적의 나는 이런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내가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을 못했다.

다른 사람들이랑 이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없다보니, 다른 인간들은 나 같은 질문이 안 드나? 나만 이런 생각들을 하는건가? 싶기도 했었다. 

나와 비슷한 질문을 마음속에 지닌 사람들있는 것도, 이런 분야를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것도, 사실 최근들어 알게 되었다. 

어릴적에는, 어떤 분야든, 학문을 연구하는 일은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일인 것만 같았고, 너무 높디 높아 보였고, 이런 작은 나라 작은 도시에 사는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나는 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나에게 연구자는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들의 이미지였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못했다.  

뇌와 인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일상을 살다 간간히 혼자서 생각해볼 질문이라 여기며, 호기심 충족과 나의 직업을 다른 관점으로 보았다.

다만 나는 미래에 어떤 일을 하게될까.. 라는 상상을 할때면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회사에 취업해서 대표 좋은 일만 하는 것도 싫고, 단조롭고 딱히 목표도 없는(있더라도 고작 회사 실적이었겠지) 그런 회사원의 삶은 살고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창업도 관심이 없었다. 뭔갈 사고팔고.. 그런 돈 버는 일에 관심이 없었다고 보는게 맞겠다.

돈은 나에게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내 소중한 인생의 90%이상의 시간을 투자할 직업인데, 고작 돈을 벌기위해 선택하고싶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다고 백수를 할 순 없잖아. 

나는 사람들이 도대체 삶의 어디에 가치를 느끼는 건지 모르겠었다. 재미없고 따분했다.

굳이 왜 살아가는거지 다들? 죽을 때의 아픔이 두려워 굳이 죽지 않았지만 딱히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살아있으면 언젠가 나도 하고 싶은 일이 생길까, 내 삶에 가치있는 일이 생길까 싶기도 했었다. 

한때는 철학자가 될까 했다.

나의 존재와 이 세상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이 어떤지를 듣는게 그나마 의미가 있을 것 같아서.. 

다만 그것도 뜬구름 잡는 일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내가 철학자가 될 수 있을거란 생각도 못했다.. 

어릴때의 나는 그저.. 삶에 가치를 느끼지 못했고, 호기심은 있으나 그걸 파기엔 꿈이 작았고, 그릇이 작았다. 생각이 어렸다. 그냥 그렇게 제대로 꿈을 찾지도 죽지도 못하고 흐르는대로 살아왔다. 어쨌거나 그때의 내 본분은 공부였으니까,

생각해보니 어릴 때 과학선생님 추천으로 간 짧은 과학영재캠프? 에서 수업 중 만난 교수님들의 추천으로 모 대학교에서 한동안 과학영재를 한 적도 있었다. 그때 만난 친구들은 다들 과학고 영재를 거치고, 대학 영재로 온 친구들이었고, 나중에는 대부분 과학고로 갔다.

그때가 어쩌면 내 삶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했을 시기였을 것이다.

그 당시의 나는 별 생각 없었기에 교복예쁘고 밥잘주는 근처 고등학교로 갔다. 심지어 과학고라는게 뭔지도 몰랐다.

그렇게 고등학교에 들어가 일단은 무작정 공부를 열심히 해보자 했다. 내신 전교1등 모의고사 전국1등을 했을때 공부에 더이상 흥미가 안생겨서 놓기도 했다. 

내 어린 시기에 도움을 주시면 좋았을 부모님은 내 학업이나 꿈, 진학 등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너무 바쁘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번도 네 꿈이 뭐니,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가니, 이런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리고 어느 고등학교/대학교를 가는게 좋다더라, 어떤 진로는 어떻다더라 같은 세상에 대한 정보도 받아본 적 없다. 시험 몇 점 받았니, 몇 등 했니.. 이런 질문도 들어본 적 없다. 당연히 칭찬도 딱히 들어본 적 없다. 아무것도 모르는데 내가 잘하는걸 어떻게 알겠어  

대화는 늘 단순했고, 단조로웠고, 깊지 않았고..  인격적성숙/진로 문제 등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나와 달리 그냥 별 생각없이 흐르는 . .대로 삶을 사는 분들이었다. 일어나면 일 나가고.. 돌아오면 밥먹고 TV를 보고.. 자고.. 그게 끝이었으니. 늘 똑같은 일상, 평범한 일상에 만족 하며 더 욕심내지않고 도전하지않고 목표없이 하루하루 소박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게 행복한 사람들. 내 부모님이었다.  

.직히 속상한 마음이 있다. 좀 더 신경을 많이 써주는, 하다못해 정보라도 많이 주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면 훨씬 빠르게,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었을텐데. 

이후, 대학교에 들어와 많은 경험을 하며 성장했다. 정말 경희대학교에 간 것, 그리고 미국에서 연구할 기회를 잡은 것은 내 삶에서 손꼽히게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6개 쓸 수 있던 대학 수시모집에 나는 1개, 경희대만 썼었다. 그냥 경희대가 가고싶었다.)

그릇이 커졌다.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 나는 연구자가 되기로 했다. 나는 충분히 될 수 있고, 그 일만이 내 삶에 유일한 행복이며 내가 보람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렇다.  

다만 연구하는 일이 적성과 흥미에 맞다, 앞으로 학자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을때에도, 학부때 전공하던 컴퓨터공학 연구를 해야겠단 생각을 했지, 뇌공학/과학을 연구해야겠다는 생각은 못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왜 그 생각을 못했자? 싶다. 계속 궁금했던 질문을 왜?...

컴퓨터공학 연구는 재미있었다. 어떻게해야 더 논리적이고, 더 효율적이고, 더 결과가 좋아질지를 고민하는 것은 즐거웠고 팀원들과 토론할때면 지적충족감을 느꼈다. 나는 연구를 잘 하는 사람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답답하게 못했다.. 라는 표현에 더 가깝겠다. 

컴퓨터공학 연구는 재미있었으나 그뿐이었다. 내가 연구하고 싶은 분야가 이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도 뇌를 도메인으로 분석했으나, 컴퓨터 기술 및 방법론에 대한 것이었지, 뭔가 자연의 새로운 비밀을 찾아내거나 insight를 얻거나 하는 것 아니어서 그랬다. 이거 이렇게 연구해서 어디다 써먹지? 무슨 의미가 있지? 뭐 의미는 당연히 있겠다만 나에겐 크게 와닿지 않았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뇌를 연구하는 연구실에 가야겠다, 컴퓨터공학 자체가 아니라, 컴퓨터 기술을 응용해서 뇌를 연구하는 연구실에 가고싶다, 마음을 먹고 뇌인지공학으로 전공을 옮긴 것이었다.

그 당시에는 내 근본적 호기심때문이라기보다는(인지도 못하고 있었다), 뭔가의.. 마음의 답답함에 옮겼었던 것인데,

지금와 깨닫는 것은 내 생에서 풀고싶은 질문, 호기심이 바로 뇌인지과학/공학 분야였단 것이다. 

왜 지금 깨달았냐를 돌이켜보면, 이 질문은 풀 수 없는, 그리고 나혼자 궁금해하는 질문들이라는 인식이 내 마음속에서 컸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게 아니었단 것을 여기에와서 깨달았다.

왜 바보같이 미리 알아보지 않았을까? 삶에 곁가지들이 너무 많았어서 정신에 여유가 없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인생을 살며, 어려서부터 계속 궁금해온 질문을 연구하는걸 내 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건 참 축복이다.

좋은 환경에서 하고 싶은 연구를 할 수 있는데, 심지어 돈도 준다? 나는 돈을 받지 않더라도, 심지어 내가 돈을 주고서라도 하고 싶을 것 같은데...

또, 앞으로 박사, 포닥, 교수 등 계속 발전하는 자신을 인정받을수 있고, 결과를 내서 논문을 쓰면 내 이름으로 나오며, 마침 사회적으로도 꽤나 인정받는 직업이다? 

다들 왜 연구원을 안하지? 새삼 사람들의 호기심이나 기질이 다 다르단 것을 느끼는 요즘이다.

사실 대학원 온 사람들도 스스로를 교수님의 노예라고 칭하기도 하던데, 참 안타깝다.

그건 의욕을 가지고 자신이 자신의 연구를 이끌며 하는 중이 아니라, 그냥 교수님이 하라는대로만 하면서

연구에 의견도 많이 내지 않고, 관심도 크게 없는 분야를 연구하는 중이란 소리란게 아닌가

설령 관심이 크지 않은 주제더라도, 연구에 진심을 갖고 고민하여 스스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한다면 재미있을 수 밖에 없는데.. 

다시 한번 그런 부분들에서 기질이 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또 나처럼 진심인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도..

 

아무튼, 뇌과학 박사, 학자가 되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다가, 어쩌다보니 여러 이유로 여기까지 왔는데,

최근들어 생각해볼수록 잘 찾아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여러 갈래, 여러 학문, 여러 연구에서 어쩔줄몰라 방황하던 삶이었는데

이제서야 내가 가야할 길을 찾은 느낌이다.

관심있는 것, 흥미있는 것이 전무하다시피 했는데 유일하게 뜻을 두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후회되는 것은 어릴 적 꿈을 더 크게 꿨더라면.. 그리고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말았더라면..

또 나의 호기심을 혼자 생각하는데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책들을 읽어봤더라면

연구나 학자는 대단한 사람이 하는게 아니란걸 알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 수 있는 것일지 미리 알아봤더라면..

좀 더 내 마음 속 질문들에 집중했더라면.. 내가 하고싶은 건 모든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봤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어린 시절이지만, 그 아쉬움을 기억하며 앞으로는 아쉽지 않은 나날을 살아가보려 한다.

 

학부를 졸업했을때, 그 과정 속에서 여러 경험을 하며 내가 정말 성장했다고 느꼈는데,

대학원에 들어오고서 한번 더 알을 깨고 나온 기분이다.

내가 살아가고싶은 세상을 찾았다. 지금이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그 생각이 들어서 오랜만에 글을 남겨본다

이제 새롭게 찾은 내 세상을 공부하고 연구하고.. 쌓아갈 시간이다.  

갈길이 멀지만, 그리고 나는 요즘 너무너무 게으르고 해야할일을 미루는 마음에 안드는 사람이지만 ...

...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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